신길휴먼시아7단지와 신길고등학교 정문 사이에는 얼핏 보면 딱 창고처럼 보이지만 꽤 존재감 넘치는 단층짜리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여러모로 놀라움을 주는데 첫째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고, 왠지 불친절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와 책을 가득 품고 가지런히 늘어선 책장들과 몇 개의 테이블,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울 때문인지 더욱 환한 조명 등이 순식간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공간인 이곳은 신길7단지 작은도서관이다.


안용복 관리소장은 “우리 신길7단지 작은도서관은 지난 2022년 LH가 주최하고 (사)한국작은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독서문화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예전에 창고처럼 쓰던 주민공동시설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다”면서 “LH에서 리모델링 비용과 도서관 운영과 관련한 예산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길7단지작은도서관은 45평 규모의 독서 공간과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2,6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3년차에 들어서는 7단지 작은도서관의 회원 수는 200여 명이며, 연간 이용자 수는 2천 명이 넘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라인댄스 동아리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시간에 맞춰 하나둘 동아리 회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강사님의 우렁찬 구령과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한겨울에 살랑살랑 봄바람 같은 동작이 즐거웠다.
■ 다문화 도시, 배움의 공간이 되다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김연미 신길7단지 작은도서관 관장은 “안산은 중국 조선족과 사할린 교포 등 외국인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로, 다문화센터와 외국인 거리, 전용 외환은행 등이 자리한 특색 있는 지역”이라며 “많은 교포들과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어 발음과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
사할린교포 포럼신길7단지 작은도서관은 이들을 위해 ▲한국어 수업 ▲수공예 작품 ▲전통무용 ▲탁구동아리 등 다양한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고 어느새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이 100여 명이 훌쩍 넘어섰다. 연말에는 신길7단지 작은도서관에서 교포모임 행사도 열고 새로 입국한 이들이 지역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소문이 나서 7단지 내 주민뿐 아니라 신길 지역 전반으로 도서관 이용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이곳에서 근무하는 도서관장으로 또 커뮤니티매니저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의 일상에 변화를 만들다
신길 7단지 아파트는 입주민의 90% 이상이 고령층이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작은도서관 프로그램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 안에만 머물던 어르신들이 친구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나오기 시작하며 단지 분위기도 조금씩 활기를 띠었다.
대인기피증을 동반한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남편 손에 이끌려 ‘명화와 함께하는 꽃바구니’프로그램에 나와 꽃을 하나하나 다듬고 몰입하면서 수업을 마쳤고 이후 이 어르신은 웃음체조 수업에도 참여하고 외출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면서 도서관도 자주 찾게 되었다.
꽃바구니 만들기
요가 수업‘풍경 수채화 그리기’ 수업에 참여한 90세가 넘은 어르신이 평생 연필을 잡아본 적이 없다고 하시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4B 연필을 쥐고 집중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도서관을 찾는 어르신들 가운데는 계좌이체나 온라인 쇼핑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아 이에 스마트폰 활용 수업을 8회차로 마련해 음성 메시지 보내기, 키오스크 사용법, 병원 홈페이지 이용법 등 일상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김연미 도서관장은 “수업을 들은 한 어르신이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직접 사용해 봤다며 자랑하러 오셨을 때, 배움이 주는 자존감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동아리로 이어지는 공동체
작은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럽게 입주민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찾아오는 발걸음도 많아졌다.
신길7단지작은도서관은 전년도에 이어 LH작은도서관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았던 9개의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총 42회차로 진행했다.
LH지원으로 ▲도자기 공예(2회) ▲꽃바구니만들기(1회) ▲리스 만들기(1회) ▲그림책동화와 전통놀이(4회) ▲캘리그라피(4회)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사)한국작은도서관협회는 도서지원과 정기적인 커뮤니티 교육으로 도서관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안산시 평생학습관의 ▲퍼스널톤찾기(4회) ▲웃음 체조(8회) ▲성악발성과 가곡연습(8회) 프로그램 강사 지원, 안산 중앙도서관 ▲힐링 수채화 수업(10회) 강사 지원과 도서관 자원봉사자 실비 보상금과 도서 구입비를 지원받았다.
라인댄스 동아리
즐거운 라인댄스
즐거운 라인댄스관리사무소 소장은 “주민이 편안하게 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기쁘다”며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더 실질적인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연미 도서관장은 “7단지 작은도서관장으로, 커뮤니티매니저로서 이용자들과 더 활발히 만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과의 공감과 소통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